‘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뜨겁다. 환경과 사회, 경제의 균형 있는 존속을 위해 힘쓰는 독자들을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참고할 만한 도서를 소개한다. 세 번째 차례는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자본의 힘, ‘경제’ 분야다.
재앙의 지리학 (로리 파슨스 지음 / 오월의봄 펴냄)
아프리카 가나의 쓰레기로 뒤덮인 아크라 해변을 담은 책의 표지에서부터 묵직한 충격이 전해진다.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빈국을 핍박하며 이루어지는 부국의 불공정한 생산 및 소비에 대하여 고발하는 『재앙의 지리학』은 우리의 모든 소비가 국제적 불평등에 가담하고 있다고 폭로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비에는 ‘친환경’, ‘재활용’, ‘공정무역’ 등 이로운 가치로 포장한 소비도 포함된다. 부국의 기업은 제품 생산 시 발생한 탄소, 혹은 원료의 재활용 여부를 지표로 자신을 이로운 기업으로 위장하지만, 그 이면에는 빈국에 팔아넘긴 환경오염과 기후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이른바 ‘탄소 식민주의’다. “만일 한 곳이 깨끗하기 때문에 나머지 한 곳이 파괴된 것이라면? 만일 한 곳이 안전하기 때문에 나머지 한 곳이 위험해진 것이라면?”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실행해 온 선량한 폭력을 직시할 때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기욤 피트롱 지음 / 갈라파고스 펴냄)
보이는 힘보다 보이지 않는 힘이 치명적이다. 보이는 힘은 실체가 있어 극복할 방안을 모색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은 얼마나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지 짐작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막강한 힘은 디지털 영토에 매립되어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 없다. 디지털 영토란 별것이 아니다. 구글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주둔하는, 손만 뻗으면 바로 접속할 수 있는 일상의 공간이다. 우리가 이메일을 보내고,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고,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데이터를 소비하는 모든 순간에 누군가의 디지털 영토는 거침없이 확장되고 있다. 중요한 건,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라는 무시무시한 자취를 남기면서 그 영토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탄소는 결코 플라스틱 생산이나 화학연료 소비만의 부산물이 아니다. 대중의 관심 밖에서 추악하게 성장한 디지털 산업의 민낯과 이로 인해 위협받는 미래를 경제, 환경, 정치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전망하는 책이다. 디지털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파급은 실체를 띄고 다가온다는 사실을 명심하며 읽을 것.
식량위기 대한민국 (남재작 지음 / 웨일북 펴냄)
대한민국의 2021~2023년 평균 곡물자급률은 19.5%. 전 세계 평균 곡물자급률은 100.7%, 가장 높은 국가인 호주는 338.8%로 우리나라의 곡물 수급 상황은 처참하다. 기후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금, 식량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져 가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관련 대응 및 준비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식량위기 대한민국』이라는 섬뜩한 표제를 내건 이 책은 지구가 직면한 치명적인 기후 변곡점을 분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식량위기 문제가 대두된 배경과 한국의 탄소 중립에 이르는 여정, 식량 안보를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차례로 제시한다. 우리는 식량 위기 시한부로 고작 30년을 선고받았다. 식량 없이는 미래도 없다.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이미 우리 코앞에 다가와 있다.
적을수록 풍요롭다 (제이슨 히켈 지음 / 창비 펴냄)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인류가 ‘성장’을 외칠 때, ‘탈성장’을 외친다. 경제인류학자로서 세계 불평등 문제와 국제개발의 정치경제학을 심도 있게 연구해 온 제이슨 히켈은 한계에 다다른 기후위기와 불평등 문제의 원인이 ‘끊임없는 성장’이라고 반박한다. 예를 들어보자. 자본주의 논리에 따르면 매년 세계 GDP는 2~3%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23년마다 세계경제 규모를 두 배로 늘리는 수준이다. 성장은 에너지 소비를 동반하며, 주지하다시피 성장의 대가는 환경 파괴다. 지구 토양의 40%가 침식되었고, 세계 어족 자원의 85%가 고갈되었으며, 해양 생물 종의 75%는 절멸했다. 성장에 대한 집착, 자본주의에 대한 맹신이 낳은 결말이다. 기술이 우리를 구원하리라고 안온한 믿음을 동아줄처럼 붙든 이들에게 제이슨 히켈은 단언한다. 기술은 종말을 아주 조금 늦출 뿐이라고. 우리는 결국 종말을 마주할 것이며, 탈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제이슨 히켈은 전 세계가 합심해 ‘성장이 필요 없는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꿈같은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이 책에 명료한 지도가 있다.
※ 사진 출처: 오월의봄, 갈라파고스, 웨일북,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