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와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권고적 의견을 발표하면서 개인의 책임 역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상적으로 간과하기 쉬운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란 디지털 기기 사용과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한다. 음악 스트리밍, 메일 전송, 클라우드 파일 저장과 같은 행위로 디지털 탄소발자국이 발생하며, 그 중심에는 데이터 센터가 존재한다. 데이터 센터는 정보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일종의 허브 시설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데이터 센터를 냉각하는 데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백색소음용으로 틀어두고 보지 않는 넷플리스

전 세계 온라인 스트리밍 산업은 매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4%에 해당하는 5,40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상당량은 데이터센터의 데이터 저장과 냉각에 사용되는 전력에 기인하지만, 개인 구독자가 동영상을 시청하는 행위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온라인에서 영상을 30분간 재생했을 때 1.6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이는 자동차로 약 2.6km의 거리를 주행했을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동일하다. 4K나 UHD와 같은 고화질로 영상을 시청하면 표준 화질(SD)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8배 증가한다. 가급적 영상을 스트리밍하는 것보다는 다운로드해 시청하는 것이 환경에 이롭다. 참고로 전 세계 데이터 사용량의 80%는 유튜브나 OTT 서비스를 통한 영상 시청에 할애되고 있다.

방치되어 스팸이 쌓인 메일함

정리하지 않고 방치해둔 메일함은 이산화탄소 발생의 숨겨진 주범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스팸메일 데이터를 보관하는 데만 연간 1,700만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불필요한 이메일을 1GB 삭제할 때마다 약 14.9kg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감소하며, 이와 관련해 2022년 카카오는 “국민 5182만 명이 메일을 50통씩 지우면 탄소 1,036㎏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서울과 제주를 비행기로 네 번 왕복하고도 남는 양”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1년간 메일을 지우지 않는 행위(135㎏)는 에어컨을 일주일 내내 틀거나(117㎏) 내연기관 차량으로 서울에서 대구까지 이동하는 행위(126㎏)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한 달에 하루쯤은 날을 정해 메일함을 정리하는 것은 어떨까?

무분별한 AI 고민상담

지난 4월 ‘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 CEO 샘 올트먼이 X에 올린 글이 화제를 모았다. 챗GPT(ChatGPT)에 ‘제발’ 또는 ‘고맙습니다’와 같은 불필요한 표현을 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챗GPT에 보낸 ‘제발’, ‘고맙습니다’ 명령어는 수천만 달러의 전기요금을 발생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이용자의 요청에 포함된 단어 수나 요청 횟수가 많아질수록 서버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이 증가하고 답변 횟수도 늘어나 전력 소모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한 하루 전기 사용량은 3만 3,000가구의 하루 전기 사용량과 맞먹는다고 추정한다. 지난해 데얀 글라바(Dejan Glavas) 앙제 상경대(École supérieure des sciences co㎜erciales d'Angers) 지속가능성을 위한 AI 연구소 소장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챗GPT를 사용해 정보를 검색할 때의 탄소 배출량은 구글을 사용할 때의 60배에 달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는 꼭 필요한 명령어만 입력하거나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겠다. 참고로 챗GPT의 기반인 거대언어모델(LLM) ‘GPT3’는 훈련 과정에서 1287MWh의 전기를 소비했고 이에 따라 502t의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 세계인이 100년간 배출하는 양에 달한다.

검색해서 웹사이트 방문

인터넷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사용자의 데이터는 수십~수백 개의 회사로 전송된다. 정확한 탄소발자국 발생량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인터넷은 전 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의 약 4%를 차지하며, 이는 항공 산업과 맞먹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보호모드(구글의 경우 시크릿모드)를 사용하면 검색 기록과 로그인 정보, 쿠키 및 기타 데이터의 전송 및 처리를 차단해 트래픽을 감소할 수 있다. 또한 웹 브라우저의 즐겨찾기(북마크) 기능은 불필요한 검색 단계를 줄여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기술의 발전은 거역할 수 없으며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다만 기술의 발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충분히 주목받고 있지 못하며, 실제보다 간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환경에 이로운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활용하기 위한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 사진 출처: Freepik.com(AI 이미지 생성 기술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