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발자국은 개인이나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 기체의 총량을 의미한다. 주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으로 측정되며, 일상생활이나 경제 활동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소비, 제품 생산, 폐기물 처리 등 실생활 중 거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한다. 즉,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재화는 탄소 발자국 발생을 동반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특정 식품은 소비 과정에서 탄소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탄소를 흡수하는 ‘탄소 절감 식품’
올해 1월 옥스퍼드 마틴 스쿨(The Oxford Martin School) 식품 지속 가능성 프로그램 책임자인 조셉 푸어(Joseph Poore)는 영국 언론 BBC를 통해 ‘탄소 절감 식품(carbon-negative foods)’의 개념과 이점을 소개했다. 탄소 절감 식품은 생산 및 소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탄소 절감(carbon-negative)’ 효과를 보유하여 생태계 복원에 도움을 주는 식품을 일컫는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저탄소 식품(low-carbon food)’보다 환경에 더욱 이로운 식품이다.
해조류는 가장 대표적인 탄소 절감 식품으로 꼽힌다. 최근 기후 변화 해결 생물로서 주목받고 있는 해조류는 이른바 바다의 ‘탄소 포집소’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바다에 용해되어 중탄산염으로 변화하는데, 해조류는 광합성 과정에서 중탄산염을 흡수하며 죽을 때 그 일부가 심해로 떨어져 나가 장기간 탄소를 격리한다. 즉, 살아 있을 때는 탄소를 흡수하고 죽은 후엔 탄소를 격리시킴으로써 대기 중의 탄소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 외에도 해조류는 가축 사료에 첨가하면 메탄가스를 줄이고 바이오 연료로도 쓰일 수 있어 최근 관련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일부 식품은 이탄지대에서 재배될 때 탄소 절감 식품으로 활약할 수 있다. ‘이탄지대(泥炭地帶)’란 석탄의 한 종류인 ‘이탄(泥炭)’이 늪지대와 같은 습한 환경에서 수천 년에 걸쳐 퇴적되면서 형성된 유기물 토지로, 일반 토양보다 탄소를 10배 이상 저장한다. 이탄지대는 그 자체로 탄소 감소에 일조하지만, 블루베리, 크랜베리, 샐러리 등과 같은 식품 재배지로 활용될 경우 더욱 많은 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단, 환경친화적 포장재와 운송방식을 통해 유통되어야만 탄소 감축 효과를 내고, 근본적으로 이탄지역은 지구 면적의 약 3%에 불과하다는 단점이 있다.
아직 대중에겐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박테리아 식품 역시 탄소 절감 식품에 속한다. 특히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소비해 에너지를 형성하는 메탄 산화 박테리아는 단백질 파우더나 대체육류의 원료로 쓰일 수 있다. 우리가 박테리아 식품을 섭취할 경우 대사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 박테리아 제품을 섭취하면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덜 강력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변환되는 것이다. 그러나 2023년 핀란드의 ‘솔라 푸드(Solar Foods)’가 박테리아 유래 단백질을 활용한 아이스크림을 출시한 것 외에는 활용 사례를 찾기 힘들다. 시장 상용화를 기대하기엔 기술의 한계가 존재하는 실정이다.
상용화하기엔 한계 존재, ‘저탄소 식품’이 현실적 방안
푸어 박사는 탄소 절감 식품의 이점에 주목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탄소 절감 식품으로 큰 효과를 내기엔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상술한 식품별 한계와 더불어 탄소 절감 식품의 절대적인 수가 극히 적은 데다, 대중 식단에서 탄소 절감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매우 낮기 때문이다. 탄소 절감 식품만으로 그 외의 식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를 상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푸어 박사는 탄소 발생량이 높은 식품을 탄소 발생량이 낮은 식품으로 대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소고기로 단백질 100g을 얻기 위해선 100㎡의 토지를 사용해야 하지만, 콩은 동량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약 5㎡의 토지만 필요로 한다. 이처럼 현존하는 식물성 식품은 동물성 식품보다 대부분 탄소 발생량이 낮으므로, 동물성 식품 섭취를 줄이고 식물성 식품 섭취를 늘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탄소 발생량이 낮은 식품으로는 채소와 과일, 견과류, 씨앗, 곡물, 버섯 등이 있다. 탄소 발생량이 낮은 식품이라 해도, 포장 및 운송과정에서 탄소 발생량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가급적 현지에서 재배되고 가공된 식품을 소비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