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과 채소의 색은 단순한 심미적 요소가 아니라 효능의 직관적인 지표다. 붉은색, 주황색, 초록색, 보라색, 하얀색 등 각 색채는 상이한 영양 성분 구성을 반영하며 각기 다른 건강 지표에 관여한다. 과일과 채소의 색에 따른 이로움을 숙지하고 식단을 구성하면 더욱 건강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
붉은색: 혈관 건강
붉은색 식품은 심혈관 건강에 이롭다. 토마토, 수박, 핑크자몽, 석류 등은 라이코펜과 붉은 계열 안토시아닌을 풍부하게 제공한다. 라이코펜은 지용성 카로티노이드로, 혈관의 내피 기능 보호와 LDL 산화 억제에 도움이 된다. 특히 가열하거나 건강한 지방을 곁들여 섭취하면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그중 석류 폴리페놀은 혈류 역학 지표와 운동 후 회복과 관련된 지표 개선에서 긍정적 반응이 관찰됐고, 붉은 베리류의 안토시아닌은 미세혈관 안정과 시야 피로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주황·노란색: 면역과 눈 건강
주황·노란색 식품은 면역과 눈 건강 관리에 유용하다. 당근, 단호박, 고구마, 감귤류, 살구, 망고는 베타카로틴, 알파카로틴, 루테인, 지아잔틴 같은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하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어 점막 면역과 피부 장벽 유지에 기여하고,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황반 색소 밀도를 높여 눈 피로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성분은 지용성이므로 건강한 지방 함량이 높은 견과류나 올리브유 등과 함께 섭취할 때 흡수율이 높다. 컴퓨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잦은 현대인이 꼭 챙겨야 하는 식품군이라 할 수 있다.
초록색: 해독과 대사 조절
간 건강이 걱정되거나 평소 피로감을 많이 느낀다면 초록색 식품에 주목하자. 초록색 식품은 해독과 대사 조절에 이롭다고 알려진다. 브로콜리, 케일, 시금치, 청피망, 오이, 키위 등은 엽산, 마그네슘, 비타민 K와 더불어 글루코시놀레이트를 제공한다. 글루코시놀레이트는 소화 과정에서 분해되어 설포라판, 인돌-3-카비놀 등을 생성하는데, 이 성분들은 항산화, 해독, 항균, 항암 작용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된다. 이 외에도 시금치와 케일은 비타민 K가 풍부해 뼈 건강 관리에 이로우며, 근육 기능과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마그네슘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다만 비타민 K는 혈액응고 역할을 하기도 하므로,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라면 초록색 잎채소 섭취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 급격하게 섭취량을 줄이거나 늘리지 않고, 꾸준히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록색 채소의 유효 성분을 최대한 섭취하려면 과도한 가열을 피하고 살짝 찌거나 볶는 조리법을 권장한다.
보라·파란색: 혈관과 뇌 건강
보라·파란색 식품은 혈관과 뇌 건강을 지탱하는 식품군이다. 블루베리, 블랙베리, 포도, 자색 양배추, 가지 등에 풍부한 안토시아닌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세포 손상을 막고 노화를 예방하며, 시력 보호, 혈관 건강 개선, 당뇨병 예방 및 관리, 항염 효과를 낸다. 일부 연구에서는 기억력, 집중력과 같은 단기적 인지 기능 지표의 개선 가능성도 관찰되어 중장년층의 두뇌 건강 관리 차원에서도 관심을 끄는 식품군이다.
하얀색: 면역, 혈관 건강
하얀 마늘과 양파, 대파, 버섯류는 면역과 혈관 건강에 이롭다. 마늘과 양파가 함유한 알리신은 항균·면역 및 혈압·지질 지표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버섯류는 베타글루칸과 에르고티오네인 같은 성분으로 항산화·면역 관리에 도움을 준다.
‘색의 효능’을 높이는 섭취법
같은 과일과 채소라도 섭취 방법에 따라 효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붉은색 식품군의 카로티노이드는 지용성으로 기름에 조리하거나 지용성 성분이 풍부한 식재료와 섭취할 때 흡수가 좋아진다. 양배추, 브로콜리, 청경채 등 초록색 채소를 대표하는 십자화과 채소는 장시간 삶는 조리보다 짧은 찜이나 가벼운 볶음이 유효 성분 보존에 유리하다. 레몬과 식초와 같은 산미가 있는 재료를 곁들이면 색과 풍미가 살아나고, 철분의 흡수에도 도움이 된다.
더불어 과일 주스는 통과일에 비해 당과 열량 밀도가 높아 혈당 관리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권장하지 않는다. 가급적 원물의 형태로 섭취하고, 단백질이나 건강한 지방을 함께 섭취하여 혈당 스파이크를 방지하는 것이 좋다.
과일과 채소는 색상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이로움을 지니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균형 있는 식단’이다. 특정한 건강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일부 식품군의 과도한 섭취나 배제는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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