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및 무기농, 이른바 친환경 식품의 건강상 이점이 과대평가 됐을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에게 충격이었을 테다. 이번 기사에서 다루는 친환경 식품과 환경의 역학 역시 대중의 예상을 빗나가는 내용을 대거 포함하고 있다.

비행기, 배보다 많은 탄소 배출하는 농업

농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0~25%를 차지하는 기후변화의 주요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비중은 낮은 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탄소중립정책과가 2023년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2020년)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배출량 656.2백만 tCO2eq 중 농업의 배출량은 3.2%를 차지한다. 다만 이는 우리나라 농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에너지 생산을 화석연료(석유, 석탄)와 원자력에 의존하여 에너지 분야 비중이 86.6%에 육박한 탓이다.

친환경 농산물이 환경에 이로운 까닭은 화학 농약과 비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화학 농약의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현재 밝혀지지 않았지만, 화학 비료의 경우 2023년 공신력 있는 추정치가 발표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Nature Food(네이처 푸드)』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비료로 사용되는 분뇨와 합성 비료에서 해마다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탄소량으로 환산해 약 2.6GT이다. 전 세계 항공과 해운 분야 배출량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양이다.

화학 농약 및 비료, 살충제는 환경에 전방위적 악영향을 끼친다. 토양의 유기물과 영양소를 고갈시키고 산성화를 유발해 토양의 자생력을 떨어뜨린다. 실제로 2011년 8월, 충청남도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가수질오염원 조사 자료를 토대로 수질오염물질 오염원의 그룹별, 시군별, 수계별 배출 부하량을 분석한 결과, 농약에 의한 오염이 36%로 가장 높았다. 제품 제조 시 발생하는 폐수 및 사용 시 수질원에 유입되는 화학 제품의 수질 오염도 큰 문제이며, 육지와 바다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잠재적 재앙이다. 수질오염은 화학비료의 질소 및 인과 연관이 있다. 바다에 유입된 질소와 인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증가시켜 녹조와 적조를 유발한다. 플랑크톤은 엄청난 양의 산소를 소비하며, 죽을 때도 사체를 분해하기 위해 미생물을 급증시킨다. 이렇게 급증한 미생물은 산소를 더 많이 소비하여 해양 생물이 사용할 수 있는 산소를 줄인다. 산소 부족으로 해양 생물 떼죽음이 발생하는 데 화학 비료가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농약은 해충뿐 아니라, 토양에 서식하는 다른 곤충, 기생충, 균류를 사멸시켜 생태계를 파괴한다.


유기농 농산물, 탄소배출량 70% 더 많을 수 있어...

일견 전 세계가 합심해 모든 식량을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하면 되는 것이 아느냐 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친환경 농법을 적용하면 같은 양의 작물을 수확하기 위해 더 많은 양의 토지가 필요하다. 미국 프린스턴대 티모시 서칭어 연구교수 연구진은 2018년 12월 학술지 『Nature(네이처)』에 유기농법의 탄소 효율이 떨어진다는 골자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예를 들어, 밀을 유기농 방식으로 길렀을 때는 일반적인 농법으로 길렀을 때보다 단위 작물당 탄소배출량이 70% 이상 높았으며, 완두콩도 유기농의 경우 탄소배출량이 50% 이상 높았다. 유기농 육류와 낙농제품도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일반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것들보다 환경에 해롭다. 이 역시 재래식 축산업보다 더 많은 토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토지 개간은 기존 토지의 생물종을 몰살시키는 처사다. 요컨대, 유기농 식품 생산은 기후변화에 50~70% 더 큰 영향을 끼친다. 논문의 공저인 스웨덴 칼머기술대 스테판 비르세니우스 교수는 “유기농 식품은 동식물의 복지를 생각하고 농약 사용량이 적은 지속 가능한 농법이라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기후변화 측면에서 볼 때 유기농의 효율이 떨어지는 건 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진퇴양난. 친환경 식품과 환경의 관계를 논하자면 이런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해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소개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의 연구 논문에는 비료 원료인 암모니아 합성에 필요한 열과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탈탄소화와 사용 과정의 변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최대 80% 감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즉, 일반적인 식량 생산 방법을 조금만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뜻이다.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는 2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모든 식량 생산을 친환경농법에 의존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이지만, 작금의 식량 생산 메커니즘은 개선이 불가피하다. 인류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어떻게든 생존 방안을 모색해 낼 것이다. 문제는 그 미래와 조우하기 위해 얼마나 긴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내할 것인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류가 자행한 업보의 시간은 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해당 연구의 공동 저자인 케임브리지대 공학과 안드레 세레노 박사의 전언으로 글을 맺는다. “우리는 식량을 생산하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아마 그것은 농부들에게 온실가스를 더 적게 배출하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우리가 음식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며 세계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재정, 기술과 정책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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