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푸드’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보카도는 비건 식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크리미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를 지녔으며 불포화지방산과 식이섬유, 비타민 E 등 영양소가 풍부해 샐러드, 토스트, 디저트와 같이 활용도가 높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의 관점에서는 아보카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하다. 과연 아보카도는 비건 식단에서 윤리적 식재료로 합격할 수 있을까?
수자원 고갈, 산림 훼손… ‘그린 골드’의 이면
아보카도는 재배 과정에서 막대한 물을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칠레와 멕시코 등 주요 생산지에서는 아보카도 한 개를 수확하는 데 평균 300L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분별한 산림 벌채, 생물다양성 파괴, 심지어 조직 범죄의 자금원으로 활용되는 등 다양한 사회·환경적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멕시코 미초아칸(Michoacán) 지역에서는 불법 산림 개간과 마약 카르텔의 생산 통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으며, 아보카도를 둘러싼 글로벌 수요 증가가 특정 지역의 자원 착취와 폭력을 가중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채식이 곧 친환경? 비건의 ‘불편한 진실’
이 같은 논란은 단순한 먹거리 문제를 넘어, “비건 식단이 정말 환경에 이로운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아보카도를 포함해 아몬드, 퀴노아, 코코넛오일 등 일부 인기 식재료들은 높은 환경 부담을 지닌다는 점에서 비건 식단 자체도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닌 실천의 태도라고 강조한다. 2024년 아시아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아보카도의 환경 부담이 분명 존재하지만, 육류 산업이 초래하는 탄소 배출, 수질 오염, 메탄가스 방출과 비교하면 여전히 아보카도는 더 나은 선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건은 균형의 식문화…“최선의 선택을 찾아야”
비건 실천의 핵심은 ‘모든 생명과 환경을 존중하되, 가능한 범위에서 피해를 줄이려는 삶의 자세’에 있다. 아보카도를 무조건 배제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생산 시스템을 도입한 산지의 제품을 선택하고, 섭취 빈도를 조절하거나 대체 식재료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한 실천 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산지를 확인한다. 콜롬비아와 페루, 스페인에서는 친환경 재배 시스템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둘째, 공정무역·환경 인증 마크를 확인한다. Rainforest Alliance(열대우림 동맹), Fairtrade(공정무역) 인증 제품은 환경·노동 윤리를 고려한 선택이다. 셋째, 국산 대체 식재료를 활용한다. 들기름, 아몬드, 호두, 참기름은 건강한 지방 공급원이자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로컬푸드다.
아보카도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식단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① 들기름 아몬드 토핑: 구운 아몬드를 들기름에 버무려 비빔밥이나 토스트에 얹으면 고소하고 풍미 깊은 한식 스타일 대안이 된다.
② 호두 토마토 된장조림: 방울토마토와 호두를 된장과 고춧가루로 졸이면 감칠맛 있는 반찬으로 활용할 수 있다.
③ 아보카도 초코 푸딩: 잘 익은 아보카도와 코코아, 메이플 시럽, 식물성 우유를 갈아 만든 디저트로 크리미함은 살리고 설탕은 줄인다.
결론: 완벽이 아닌 ‘더 나은 방향’으로
아보카도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채식 여부를 넘어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다. 지속 가능성은 흑백논리가 아닌 균형의 문제다. 매번 완벽한 선택을 할 수는 없지만, 매번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고 실천하려는 마음이 비건 실천의 본질이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식탁 위의 작은 변화가 기후와 생명을 지키는 거대한 움직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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